法令
법령 (法令) · 팔자주름
콧방울 옆에서 입가로 흘러내리는 한 쌍의 선을 요즘은 팔자주름이라 부르지만, 전통 도해의 이름은 법령(法令)이에요. 주름 한 쌍에 ‘법과 명령’이라는 큰 한자가 붙어 있죠.
왜 하필 법일까요. 이름의 내력과 함께, 같은 선 하나가 보는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이 되는 이유를 다룬 1920년대 영화 실험을 소개할게요.
편집 표식얼굴에 이름을 붙여 온 문화를 해부해 읽는 지면입니다.
위치 도해
콧방울에서 입가로 흐르는 선
도해에서 법령은 콧방울 옆에서 시작해 입꼬리 쪽으로 내려가는 좌우 대칭의 선이에요. 해부학에서는 nasolabial fold(팔자주름)라 부르고, 볼과 입 주변 피부의 경계에서 표정 근육이 접히며 생겨요.
웃고 말하는 표정을 쓸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 피부 탄력이 변할수록 또렷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많이 웃어 온 얼굴의 이력서 같은 선이죠.
- 도판 표기
- 法令
- 해부학 대응
- nasolabial folds
어원과 전통
법령이라는 이름의 통설
법 법(法)에 명령 령(令), 이름 그대로 읽으면 ‘법령의 선’이에요. 관리가 위엄 있게 법령을 펴는 모습에 빗대, 이 선이 뚜렷하면 일과 직분이 반듯하다고 이야기해 왔다는 풀이가 통설로 전해요.
즉 옛 도해에서 법령은 나이 듦의 흔적이 아니라 사회적 위엄의 기호로 읽혔던 셈이에요. 물론 이는 관료제 문화가 얼굴 위에 남긴 은유일 뿐, 주름의 깊이로 사람의 직업이나 성격을 단정하지 않아요.
심리학 대조
같은 선도 맥락 따라 다르게 읽혀요
1920년대 소련의 영화감독 레프 쿨레쇼프는 같은 무표정 얼굴 컷을 수프·관·아이 장면과 번갈아 이어 붙였더니 관객이 각각 배고픔·슬픔·다정함을 읽어 냈다는 편집 실험을 남겼어요. 쿨레쇼프 효과라 불리는 관찰이에요.
법령처럼 표정에 따라 깊이가 변하는 선은 특히 맥락을 많이 타요. 웃는 사진 속 법령은 서글서글하게, 무표정 사진 속 같은 선은 완고하게 읽히곤 하죠. 선이 변한 게 아니라 맥락이 바뀐 것뿐이에요.
출전과 연구
이 지면의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표준 자전의 법령(法令) 표기와 팔자주름(nasolabial fold) 대응
- 관리의 위엄에 빗댄 법령선 풀이 (전통 상학 통설)
- 레프 쿨레쇼프의 1920년대 편집 실험 (쿨레쇼프 효과)
용어와 더 읽을거리